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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혜 Chihye Noh

노치혜(Chihye Noh)의 개인 아카이브. AI 시대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거버넌스, 기본소득, 데이터에 관한 글, 강연, 보고서를 기록합니다.

THINKCRAFT 대표

노치혜 프로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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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위원장 2025.07–2026.09
  • nonce 엔지니어, 커뮤니티·사업개발 2025.02–2026.08
  • DSRV 사업기획 매니저, 미래금융연구소 연구원 2024.05–2024.12
  • 빗썸코리아 사업개발 매니저, 빗썸경제연구소 연구원 2022.04–2023.10
  • 『디지털자산 시대가 온다』 공동 저자

INTERVIEW · FACE DRAWING SEOUL

칼럼

AI 시대, 고용 안전망의 전제가 흔들린다 (2026.04.20)

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사회보장 제도는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할 수 있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실업급여도, 직업훈련도, 사대보험도 모두 그렇다. AI 자동화가 이 가정을 흔들고 있다는 생각을 4월 한 달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스레드에 남겼다. 그중 고용 정책의 전제, 그리고 고용 유연성에 대한 질문에 답한 글을 묶었다.

고용 정책은 완전고용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국내 고용 정책은 완전고용, 즉 이론적으로 노동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상태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실업급여에 구직활동 의무를 붙이고, 직업훈련을 개인 역량 강화 수단으로 삼는 것이 그 예다. 일자리는 있으니, 개인이 찾고 준비하면 된다는 논리다.

AI 자동화 시대의 문제는 바로 이 완전고용의 전제가 깨진다는 데 있다.

숫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25년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국내 일자리의 약 35%가 자동화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특히 제조업과 금융업에서 고용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보고서도 근로자의 27%가 임금 삭감과 실직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AI로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를 327만 개로 추산했다.

"AI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일자리가 그렇게까지 대체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일하는 개인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은 그렇게 다룰 수 없다. 정책은 체감이 아니라 위험의 크기와 가능성을 놓고 미리 대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35%든 10%든, 전제가 흔들리는 건 같다

일자리가 35% 사라지든 10%만 사라지든, 지금의 고용보험 체계는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으면 취업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돌아간다. 사라지는 비율이 크든 작든, 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문제는 같다.

전제가 흔들리면 실직자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아직 일하고 있지만 임금이 깎이거나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사람까지 포함해, 제도가 감당하지 못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는 위험의 구조적 분산이다. 개인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생긴 실직이 아니라 기술 환경이 바뀌어서 생긴 소득 불안정이라면, 그 위험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눠서 져야 한다. AI 자동화로 인한 소득 불안정은 개인의 노력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로 다뤄져야 한다.

원문: 2026.04.20 스레드 · 2026.04.20 스레드

한국 노동시장은 정말 경직되어 있을까

스레드에서 "기업의 고용 유연성 경직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고용 유연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한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낮은" 게 아니다. "한국은 해고가 어렵다"는 많은 사람의 관념과 사실은 다르다.

고용보호법제지수(EPL)상 한국 정규직 고용보호는 2.17로 OECD 평균(2.29)보다 낮다. 해고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는 뜻이다. 2021년 기준 한국 임금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6년으로 OECD 평균 10.1년보다 짧고, "해고 자유국"으로 거론되는 덴마크보다도 짧다. 비정규직은 전체의 약 3분의 1이고,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노동권지수에서 한국은 2014년부터 9년 연속 최하위인 5등급("노동권 보장 없음")이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한국은 경직된 노동시장"이라고 생각하게 된 걸까?

문제는 해고가 아니라 해고 이후다

한국에서는 해고가 곧 삶의 안전망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실업급여는 최대 9개월, 평균임금의 50~60% 수준이다. 덴마크는 최대 2년, 70~90%다. 게다가 사대보험도 전부 고용관계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직장을 잃으면 소득만 끊기는 게 아니라 보험과 연금의 연결고리까지 흔들린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직장이 아무리 별로여도 나갈 수가 없다. 나가는 순간 월세, 대출, 생활비는 누가 내나? 이직도 몇 달 치 저축이 있어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니 일단 버틴다.

기업도 이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정규직으로 뽑으면 노동자는 무조건 버틴다. 법적으로는 해고할 수 있어도, 해고당한 사람이 소송을 걸면 기업도 피곤해진다.

결론은? 처음부터 정규직을 안 뽑게 된다. 비정규직, 외주, 플랫폼 노동으로 "고용관계" 자체를 피한다. 한국에 220만 명의 플랫폼 노동자가 생긴 배경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법은 해고를 허용한다. 엄밀히는 복잡한 이야기지만, 권고사직 같은 우회로도 공공연하다. 그런데 해고 뒤에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없어서 "유연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노동자는 나갈 수 없고, 기업은 안 뽑는다. 양쪽 다 얼어붙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이 얼어붙은 구조를 푸는 열쇠가 기본소득이라고 본다.

노동자는 별로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도 당장 길거리에 나앉지 않는다. 싫은 일을 거절하고, 맞는 일을 찾고, 재교육이나 창업을 시도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선택"이 가능해진다.

기업은 경영 환경이 바뀔 때 인력을 조정할 수 있다. 해고당한 사람이 다음 날 월세를 못 내게 되는 게 아니니, 사회적 낙인도 소송 리스크도 줄어든다. 정말 필요할 때 뽑고, 필요 없을 때 내보낼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 사회가 되면 기업의 채용과 해고는 오히려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경영계가 30년 동안 요구해온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다른 이야기다. 노동자의 생존 인프라 없는 자율 해고는 사회적 설득력이 없다. 기본소득이 있다면 설득력이 생긴다.

기업 관점의 유연성과 노동자 쪽에서 본 유연성, 둘 다 보장되어야 한다. 한쪽만 자유로운 시장은 진짜 유연한 시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AI 전환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원 감축이나 경영 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기본소득은 더 미뤄둘 수 없는 주제가 아닐까? 물론 고부가가치 도메인 위주로 산업 판도가 뒤바뀌고 있는 지금, 이 밖에도 보강할 부분이 아주 많다. 완전고용을 전제한 고용 정책, 정규직 위주의 사대보험 체계, 특수고용 노동 문제 등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

원문: 2026.04.21 스레드 · 2026.04.21 스레드 · 2026.04.21 스레드 · 2026.04.21 스레드 · 2026.04.21 스레드

지금의 제도를 고수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고용 중심의 사회보장 모델을 AI·자동화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은 일종의 현상유지편향이라고 본다.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이란 변화가 가져올 잠재적 손실을 두려워해서, 더 나은 대안이 있어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은 중립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지금의 제도를 계속 쓰겠다는 하나의 선택이다. 그 선택에도 비용이 따른다. 전제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면, 바꾸지 않는 쪽의 위험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원문: 2026.04.30 스레드


English Summary

Korea's employment policies assume full employment, which AI automation is undermining: studies project that about 35% of jobs face automation risk and 3.27 million jobs could be replaced. Korea's labor market is not actually rigid by OECD measures; what makes it feel rigid is a thin safety net tied to employment, which leaves workers unable to leave and firms unwilling to hire. A basic income would make the market genuinely flexible for both sides, and holding on to the employment-based model is itself a form of status quo bias.

노치혜 (2026). AI 시대, 고용 안전망의 전제가 흔들린다 (2026.04.20). 노치혜 Chihye Noh | THINK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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