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
"데이터"라는 말은 너무 익숙해서 그 정의를 다시 묻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AI가 텍스트를 넘어 유전체와 의료 기록으로 들어가면서, 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하느냐가 곧 권리와 산업의 문제가 되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 이 주제로 남긴 생각을 모았다.
한국이 가장 앞설 수 있는 길목, 의료 데이터
인재 전쟁에서 한국은 "의사 나라"라는 말을 듣는다.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 몰리는 구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활로가 막혀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한국이 가장 앞설 수 있는 길목이 바로 의료라고 생각한다.
근거는 데이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NHIS)의 빅데이터는 건강, 요양, 검진, 청구를 모두 아우르고, 전 국민을 기반으로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공공데이터다. 단일 보험자 체계 덕분에 한 사람의 생애 의료 기록이 한곳에 쌓인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자산이다.
요즘 이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에는 폭넓은 의미의 의료가 반드시 포함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 다만 그 데이터가 누구의 것이고,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열려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다.
원문: 2026.06.16 스레드
정보량은 고정된 값이 아니다
클로드 섀넌은 정보량(엔트로피)을 확률분포 p(x)의 함수로 정의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알면 그 사건이 담고 있는 정보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머신러닝 과정에서 라벨이 계속 수정되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사진을 "고양이/개"로 나누다가 "품종별"로 다시 나누면, 확률분포 자체가 바뀐다. 정확히는 사건을 가르는 범주 분할 자체가 가변적이다.
그렇다면 정보량은 데이터에 내재한 고정된 양이 아니라, 데이터를 무엇으로 셀 것인가에 대한 범주 도식의 함수다. 데이터를 "측정 가능한 기록"으로만 보는 관점은 이 도식의 가변성을 보지 못한다. 같은 기록도 어떤 틀로 나누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데이터의 가치와 권리를 따질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원문: 2026.06.21 스레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유전체 데이터의 등장
기존의 데이터가 디지털이었다면, 앞으로의 데이터는 더 아날로그에 가까운 연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데이터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올해 3월 네이처에 실린 유전체 모델 Evo 2는 염기쌍 9조 개를 학습해 박테리아 게놈 규모의 새 서열을 설계한다. LLM의 학습 데이터가 텍스트와 음성, 영상뿐이던 시대와 AI for Science 시대의 데이터를 같은 것으로 정의할 수 없다.
Evo 개발진이 생물학적 위험을 우려해 진핵생물 바이러스를 학습에서 빼고 레드팀 검증을 거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그 자체로 생명을 설계할 수 있는 원본이다.
법도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익명화하면 권리가 사라진다"는 현행법의 논리는 데이터 자체가 원본인 유전체 앞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이름을 지워도 유전체는 그 사람을, 그리고 그 가족까지 가리키기 때문이다.
청구·검진 데이터의 가치도 유전체와 결합될 때 커진다. 앞에서 말한 건강보험 데이터의 잠재력이 유전체 데이터와 만나면 훨씬 커지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데이터"의 분류 자체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필요한 이유다.
원문: 2026.08.18 스레드
English Summary
The meaning of data is changing. Korea's national health insurance database, covering the entire population, is a rare strategic asset. Shannon entropy depends on how events are categorized, so information content is a function of the classification scheme, not a fixed property of data. Genomic models like Evo 2 show that in the AI for Science era, data can be an original that identifies people even when anonymized, which calls for a new framework for classifying data and assigning 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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