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
요즘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무직 이야기를 떠올린다. 문서 요약, 보고서 작성, 코드 생성처럼 LLM 하나로 여러 회사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 제조 현장으로 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올해 4월부터 여름까지 데이터 콜렉팅 팀, 제조 AX 기업 대표님들을 만나며 들은 이야기와 그때그때 든 생각을 이 글에 모았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필요 없다
데이터 콜렉팅을 하는 팀과 또 이야기를 나눴는데, 역시 제조업 AX의 핵심은 엣지 모델이라는 결론으로 돌아왔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거대한 파운데이션 모델은 필요하지 않다. 어차피 대기업은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정이 공장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범용 모델은 "모두에게 어느 정도 맞는" 답을 잘 낸다. 하지만 공장 하나하나의 설비, 재료, 작업 순서에 맞춘 판단은 그 현장의 데이터로 학습한 작고 특화된 모델이 더 잘한다. 현장 장비 가까이에서 돌아가는 엣지 모델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제조 데이터는 초반에 품을 들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 분야는 정말 초창기라, 지금 뛰어들어도 투자 대비 리턴이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민간 자본이 선뜻 들어오기 어려운 구간이다. 역설적으로 지금이 공공투자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원문: 2026.04.20 스레드
같은 숙련공이어도 자동화 위협은 다르다
천과 나무, 금속의 물성은 다 다르다. 금속은 단단하고 형태가 일정해서 로봇이 집고 옮기기 비교적 쉽다. 반면 원단 같은 유연체는 잡는 순간 모양이 바뀌고, 당기는 힘에 따라 늘어나거나 접힌다. 로봇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같은 "숙련공"이라도 어떤 재료를 다루느냐에 따라 자동화 위협에 노출되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비용의 문제도 있다. 어떤 분야는 숙련공의 임금이 너무 낮아서, 자동화의 기술적 난이도와 설비 투자비, 그 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따져보면 지금 시점에서 자동화를 시도할 이유가 없어지기도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와 경제적으로 할 만한지는 다른 질문이다.
그래서 "AI가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까"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답이 있을 수 없다. 분야별로 과제의 난이도와 비용 구조를 이해해야 어디가 먼저, 어떻게 바뀔지 말할 수 있다.
원문: 2026.06.12 스레드 · 2026.06.12 스레드
단일 솔루션이 존재하기 어려운 이유
제조 공장의 공정 설비는 대부분 자기가 만드는 제품을 찍어내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공장마다 만드는 제품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설비도 제각각이다. 그러니 "이걸 깔면 모든 공장이 좋아진다"는 단일한 기술 솔루션이 존재하기 어렵다. 사무 행정은 문서와 이메일이라는 공통 형식이 있지만, 제조는 그런 공통분모 자체가 작다. 하나의 솔루션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는 뜻이다.
게다가 공장마다 디지털 전환(DT)이 얼마나 되어 있는지도 다르다. 이미 설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공장과 아직 종이 작업지시서를 쓰는 공장에 같은 솔루션을 넣으면 결과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새 솔루션이 기존 시스템에 얼마나 매끄럽게 통합될 수 있는지도 성패를 가른다.
원문: 2026.07.08 스레드
현장에서 들은 세 가지 문제
산업 현장에서 안전화 신고 뛰어다니며, 제조업 노동자들과 직접 부대끼면서 AX를 하시는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님이 짚은 문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암묵지는 옮겨지지 않는다. 기술적 문제의 핵심은 암묵지의 비이전성이다. 숙련공의 판단은 관절 각도나 압력 값 같은 숫자가 아니다. "천의 상태를 보고 힘을 조절하는" 맥락 의존적인 행위다. 그런데 센서는 그 맥락이 아니라 결과로 나온 움직임의 궤적만 기록한다. 그래서 데이터를 아무리 모아도 조건이 조금만 바뀌면 재현되지 않는다. 숙련공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가 데이터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굉장히 난도 높은 작업이다.
둘째, 가장 중요한 서류가 엑셀로 관리된다.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는 BOM(Bill of Materials), 즉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의 계층 구조표다. 어떤 부품이 몇 개, 어떤 순서로 들어가는지가 다 여기 담긴다. 그런데 전용 소프트웨어 없이 엑셀이나 PDF로 관리하는 곳이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소스코드를 버전 관리 도구(Git) 없이 "최종_최종2.xlsx" 같은 파일로 관리한다면 아무도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제조 현장에서는 이게 표준이다. AI를 붙이기 전에 데이터의 기초 체력부터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셋째, 데이터 공유 자체가 법적 리스크다. 제조업 특유의 거버넌스 문제도 있다. 한 회사 안에 여러 협력사의 데이터가 섞여 있고, 도면 유출 소송이 빈번하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를 밖으로 꺼내 공유하는 것 자체가 법적 리스크가 된다. AI 학습에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 알지만, 누구도 먼저 내놓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문제를 공식화하고, 그걸 LLM과 엮어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이고 수학적인 역량이 없으면 제조업 곳곳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걸 최적화 문제로 풀어야 하는지, LLM으로 풀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현장에 더 많아져야 한다.
정책 쪽 고민도 들었다. 고객사가 "정부 과제 따와서 매칭해주면 안 되냐"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불필요한 서류 작업이 늘고, 과제를 못 따면 고객사와 관계가 어색해진다. 그렇다고 지원 방식을 공급 기업 보조에서 수요 기업 바우처로 바꾸면, 이번엔 고객사를 설득하는 비용이 더 높아진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
원문: 2026.07.24 스레드 · 2026.07.24 스레드
시장에만 맡기면 지방 중소 제조사는 뒤처진다
자체 솔루션을 가진 회사라고 해서 현장에 꼭 맞는 것도 아니다. 제조업은 서비스업처럼 통합과 규모의 경제로 접근하기가 본질적으로 어렵다.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공장 여러 곳을 인수해 한 번에 최적화하고, 그 제품군 전체를 장악하는 식의 자본 전개는 가능하겠지만, 그건 기술 문제라기보다 자본의 문제다.
공정은 기본적으로 파편화되어 있고, 어떤 산업은 아주 오랫동안 1~3곳의 벤더가 시스템을 꽉 잡고 있기도 하다. 새로 들어오는 기업은 맨땅에 헤딩하며 하나하나 풀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한 공공의 지원이 더 커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방의 중소 제조사는 어떤 기술이 있고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크다. 시장에만 맡기면 기술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는 질문은 세 가지다. 먼저, 무엇을 기준으로 공급 기업을 평가해야 할까? 다음으로, 지원 사업이 끝난 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데이터와 노하우를 어떻게 축적해 산업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경쟁력이 낮은 공장은 자연히 사라지게 될 텐데, 그때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위한 대안은 기본소득 말고 무엇이 있을까?
원문: 2026.07.24 스레드
기술의 논리가 가리키는 결론, 독점
이런 조건들을 다 놓고 보면, 제조 AX로 가장 큰 효익을 얻는 방법은 이렇게 정리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이 AX를 주도해 최적화한 레퍼런스를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쟁 제조업체를 인수해 솔루션화하며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가장 유효하다. 공정이 파편화되어 있으니, 파편을 하나로 합치는 쪽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효율만 보면 이게 정답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수되지 못한 공장, 그곳의 숙련공, 지역 경제는 어떻게 되는가. 앞의 질문들이 결국 여기로 이어진다. 제조 AX를 기업에만 맡겨둘 수 없고, 공공이 데이터 축적과 전환 과정에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원문: 2026.08.13 스레드
English Summary
Why is AI transformation in manufacturing so different from office work? Factory processes are fragmented and built for each product, so no single solution fits all. Tacit knowledge of skilled workers is context-dependent and not captured by sensors, core documents like BOMs are still managed in spreadsheets, and data sharing carries legal risk. Automation exposure also varies by material and wage levels. Left to the market, small regional manufacturers fall behind, and the most efficient path points toward consolidation and monopoly, which is why public investment and data accumulation m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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