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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혜 Chihye Noh

노치혜(Chihye Noh)의 개인 아카이브. AI 시대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거버넌스, 기본소득, 데이터에 관한 글, 강연, 보고서를 기록합니다.

THINKCRAF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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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위원장 2025.07–2026.09
  • nonce 엔지니어, 커뮤니티·사업개발 2025.02–2026.08
  • DSRV 사업기획 매니저, 미래금융연구소 연구원 2024.05–2024.12
  • 빗썸코리아 사업개발 매니저, 빗썸경제연구소 연구원 2022.04–2023.10
  • 『디지털자산 시대가 온다』 공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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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및 토론

AI, 무엇이고 어디로 가고 있나 | 기본소득당 부산시당 당원교육 (2026.10.09)

2026년 10월 9일, 기본소득당 부산시당 10월 당원교육. 강의 내용을 글로 옮겨 정리했다.


AI에 대한 이야기는 대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서 시작한다. 이 강의에서는 조금 다른 순서로 접근했다. AI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재료를 누가 쥐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생기는 이익이 어디로 가는지다. 결론부터 말하면, AI는 인류가 축적해 온 데이터와 전기와 자본 위에서 만들어졌고, 그 이익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가 정한다.

1. AI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지금 우리가 쓰는 AI는 대부분 LLM,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수천억 개가 넘는 단어를 읽고 '이어질 문장'을 맞히도록 훈련한 모델이다. 확률로 문장을 고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 검증이 내장되어 있지 않다. 환각과 편향, 책임 공백이 개인의 주의로 해결되지 않고 법과 제도의 문제가 되는 이유다.

사용 규모는 이미 거대하다. ChatGPT는 공개 3년여 만에 일주일 9억 명이 쓰는 서비스가 됐다. 그러나 유료 구독자는 약 5.5%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무료로 쓰고 있고, 막대한 투자를 어떻게 회수할지는 여전히 증명되지 않았다.

AI를 쓰는 일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일이 아니라 광물과 공장과 발전소를 쓰는 일이기도 하다. 질문 하나에 답이 돌아오기까지 네 개의 고리가 모두 있어야 한다. 첫째는 희토류다. 흔히 '희토류가 막히면 반도체를 못 만든다'고 하지만, 실리콘 칩 본체에는 희토류가 들어가지 않는다. 희토류가 결정적인 곳은 자석이다. 장비 모터와 서버 냉각팬, 로봇과 전기차 모터가 모두 자석으로 움직이고, 중국이 자석 제조의 95%를 쥐고 있다. 둘째는 메모리 반도체, HBM이다. GPU 옆에 수직으로 쌓아 올린 창고에 해당하는데, 네 고리 가운데 한국이 실질적으로 쥐고 있는 것은 이것 하나다. 셋째는 GPU로, 엔비디아가 칩과 통신 장비, 개발 도구를 함께 팔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넷째는 데이터센터다. 세계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늘 전망이다.

자본의 규모도 상상을 넘는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네 곳이 올해 AI 설비에 쓰는 돈이 약 1,000조 원으로, 한국 정부의 내년 전체 예산(821조 원)보다 많다. 칩과 전기와 자본의 장벽이 이렇게 높으니 시장은 소수 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숫자를 읽는 태도다. 질문 하나에 드는 전기와 물의 양은 무엇을 포함해 세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답하는 전기만 셀지, 학습과 칩 제조까지 셀지에 따라 숫자가 바뀐다. 구글도 자기 보고서에서 넓게 세면 좁게 셀 때의 2.4배라고 밝혔다. 숫자를 외우기 전에 그 숫자가 무엇을 세고 무엇을 빼놓았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전제를 밝히지 않은 숫자는 분석이 아니라 주장이다.

2. 일자리는 '뽑지 않는 방식'으로 먼저 바뀐다

AI의 영향은 청년 일자리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2022년에서 2026년 사이 청년(15~29세) 일자리는 28만 5천 개 줄었고, 그중 94%가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나왔다. 한국은행은 AI를 직접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이던 변화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본다. 다만 해고보다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패턴은 미국 연구와 같다. 경력을 쌓을 첫 사다리가 사라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AI는 화면 밖으로 나와 몸을 얻고 있기도 하다. BMW 미국 공장에서는 휴머노이드가 X3 3만 대 생산에 참여했고, 현대차는 2028년부터 아틀라스를 미국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2024년 4월 신항 7부두가 국내 첫 완전 자동화 부두로 문을 열었고, 부산항을 지능형 AI 항만으로 바꾸는 데 8,921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항만 노동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자동화 자체보다, 일자리를 어떻게 바꾸고 그 비용을 누가 질지 정하는 자리에 노동자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1~9월 기업들이 AI를 감원 이유로 직접 꼽은 인원이 약 12만 명으로, 감원 사유 1위였다. 한국은 다르다. 대규모 해고 발표 대신 하청 계약 종료, 신규 채용 동결, 희망퇴직 같은 조용한 방식이 먼저 나타난다. 그래서 통계에 잘 잡히지 않고, 하청과 비정규직, 신입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

다만 감원이 정말 AI 때문인지는 숫자 하나로 판별할 수 없다. 코로나 시기 과잉 채용의 정리, 경기와 금리, 'AI로 효율화'를 내세운 발표에 반응하는 주가가 함께 작용한다. 감원 뒤 같은 일을 할 사람을 다시 뽑는지, 줄어든 자리가 신입 채용에서 나오는지, AI 투자와 감원이 같은 부서에서 일어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3. 미중 AI 패권경쟁, 그리고 한국의 자리

AI 칩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다섯 나라를 거친다. 원료는 중국,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설계는 미국, 제조는 대만, 메모리는 한국이다. 어느 한 단계라도 막히면 칩을 만들 수 없다. 미국은 설계와 장비라는 병목을 쥐고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희토류라는 병목으로 맞선다.

올해 6월에는 칩이 아니라 AI 서비스 자체가 통제되는 일이 있었다. 미국 정부가 앤스로픽에 최신 모델의 외국인 접근을 막으라고 지시했고,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이 대상이었다. 3주 만에 풀렸지만, 통제 대상이 칩에서 모델로 넓어질 수 있고 우방국 시민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다. 중국은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는 공개 모델로 맞서고 있다. 딥시크 V4는 화웨이 칩으로 작동하고, 알리바바의 큐원은 올해 1~8월에만 20억 회 내려받혔다. 로봇 제조에서도 중국이 앞서 있다.

이 경쟁 속에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로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했다. 2026년 9월 한 달 반도체 수출이 603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이다. 그런데 어디에 팔 수 있는지는 미국의 규정이, 원료는 중국의 결정이 좌우한다. 한국은 돈은 벌지만 규칙을 정하는 자리에는 없다. 수출의 절반을 한 품목에 기대는 구조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이다.

앞으로의 경로도 하나로 보면 안 된다. 휴전이 계속 연장되고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는 길은 시장이 이미 가격에 반영한 길이다. 휴전이 깨지거나 미국이 우방국까지 통제를 넓히는 길은 6월에 이미 한 번 현실이 됐다. AI 투자 열기가 식어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 세수와 일자리가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 하나에만 기대는 것은 한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는 것과 같은 실수다.

4. AI의 이익은 나눌 수 있을까

세계는 지금 규제를 늦추고 개발 속도를 올리는 쪽으로 움직인다.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법을 만들었지만 채용과 교육 같은 고위험 분야 규제를 2027년 12월로 미뤘다. 미국 연방정부는 주 정부의 AI 규제를 막으려 하고, 캘리포니아는 반대로 AI 판단만으로 해고하지 못하게 하는 '로봇 상사 금지법'을 만들었다. 한국은 올해 1월 AI 기본법을 시행했지만 최소 1년 동안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해고와 징계에 사람의 판단을 의무로 두는 조항도 없다.

정부의 AI 예산은 1년 만에 1.8배로 늘었고, 그중 40% 이상이 칩 구입 한 항목이다. 산업 기반을 갖추는 데 필요한 돈이다. 다만 AI가 만든 이익을 시민에게 어떻게 돌려줄지에 해당하는 항목은 예산에서 찾기 어렵다.

창작자들은 법정과 협상장에서 먼저 규칙을 만들고 있다. 미국 작가들은 허락 없이 책을 학습에 쓴 앤스로픽과 15억 달러, 책 한 권에 약 3,000달러로 합의했다. 그런데 블로그와 댓글, 게시글처럼 한 사람 몫은 작지만 모이면 거대한 원료가 되는 시민의 글에는 권리를 주장할 통로가 없다. 기여분을 증명하기도, 소송을 내기도 어렵다. 개인 소송이 아니라 제도로 풀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공유부 배당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토지와 자연, 데이터, 세대를 거쳐 쌓인 지식처럼 누구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부에서 나온 이익의 일부를 모두에게 조건 없이 똑같이 나누자는 것이다. 개인의 데이터 기여는 측정할 수 없다는 반론이 있는데, 바로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별 보상이 아니라 균등 배당이 맞다. AI 전체를 공유부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특정 영역의 의사결정 개입과 분배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정부도 분배 문제를 꺼내기는 했다. 복지부에 기본소득기획팀을 만들고, 2027년 청년과 중장년 참여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 AI 기업이 번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지, 데이터에 대한 시민의 권리는 무엇인지는 아직 비어 있다.

결국 세 가지 질문이 남는다. AI를 만든 시민의 글과 기록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의 데이터로 번 돈을 모두에게 돌려줄 제도는 무엇인가. 첫 일자리를 잃는 청년과 반도체 경기에 기대는 지역은 무엇으로 보호받는가. 세 번째 질문은 10월 13일 노동위원회 강연 「노동자 로봇 대체, 대안은 무엇인가」로 이어진다.

기술의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규칙을 만들지는 시민과 정치가 결정한다.


주요 출처: TechCrunch(2026.2), IEA Energy and AI, USGS(2026), Counterpoint Research, 한국은행 BOK이슈노트,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동향(2026.9), Challenger, Gray & Christmas(2026.10), JURIST(2026.7) 등. 수치는 강의 당시 기준이다.

노치혜 (2026). AI, 무엇이고 어디로 가고 있나 | 기본소득당 부산시당 당원교육 (2026.10.09). 노치혜 Chihye Noh | THINK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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