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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혜 Chihye Noh

노치혜(Chihye Noh)의 개인 아카이브. AI 시대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거버넌스, 기본소득, 데이터에 관한 글, 강연, 보고서를 기록합니다.

THINKCRAF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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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위원장 2025.07–2026.09
  • nonce 엔지니어, 커뮤니티·사업개발 2025.02–2026.08
  • DSRV 사업기획 매니저, 미래금융연구소 연구원 2024.05–2024.12
  • 빗썸코리아 사업개발 매니저, 빗썸경제연구소 연구원 2022.04–2023.10
  • 『디지털자산 시대가 온다』 공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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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및 토론

노동자 로봇 대체, 대안은 무엇인가 | 기본소득당 노동위원회 강연 (2026.10.13)

2026년 10월 13일(화) 19:30, 기본소득당 노동위원회 강연(온라인). 강연 내용을 글로 옮겨 정리했다.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롭지 않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대화는 대개 두 갈래로 갈린다. 막아야 한다는 쪽과 피할 수 없다는 쪽이다. 이 강연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노동자의 협상력은 지금이 가장 크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그러니 협상력이 남아 있을 때 도입의 조건을 교섭하고, 협상력이 사라진 뒤를 위한 제도는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 로봇과 자동화의 현재

한국은 자동화를 처음 겪는 나라가 아니다.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이 1,220대로 세계 1위이고, 2위 싱가포르의 1.5배, 세계 평균의 9배가 넘는다(IFR, 2024년 데이터). 그런데도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친 영향을 직접 측정하는 국가 통계는 아직 없다. 정부가 27~28년에 구축하겠다고 밝힌 AI 고용 영향 추적 체계도 물리적 자동화는 따로 다루지 않는다.

먼저 '로봇'의 범위를 넓게 잡아야 한다. 휴머노이드만 보면 문제를 지나치게 좁게 보게 된다. 컨베이어와 무인 계산대 같은 고정 자동화 설비, 용접·도장 로봇 팔과 무인 운반차 같은 산업용 로봇, 그리고 시연과 데이터로 새 작업을 배우는 피지컬 AI 로봇까지가 모두 노동을 대체하는 기계다. 구분의 기준은 '다시 프로그래밍해 다른 일을 시킬 수 있는가'이고, 피지컬 AI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프로그래밍 대신 데이터로 배운다. 숙련 노동자의 동작 데이터가 성능을 좌우하게 되는 이유다.

세계 공장에서는 지금 산업용 로봇 500만 대가 일하고 있고, 2025년 새로 설치된 로봇의 59%가 중국에 들어갔다. 로봇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생기면 로봇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고, 사람을 쓰는 비용과 로봇을 쓰는 비용의 비교는 점점 로봇 쪽으로 기운다. 중국의 무인공장은 이미 한국 부품 협력사의 공장을 멈추게 만들고 있다. 직원 다섯 명이 구형 기계로 월 3만 개를 만드는 국내 협력사와, 수백억 원을 들여 하루 300만 개를 만드는 중국 무인공장의 격차는 임금이 아니라 설비에서 나온다. 시화·반월·남동 산업단지의 2·3차 부품업체는 4년 사이 2,378곳이 줄었다.

정부의 방향도 분명하다. 2027년 AI 예산안은 9.4조 원으로 84% 늘었고, 피지컬 AI가 3대 대형 사업에 들어갔다. 명장의 숙련을 데이터로 만드는 '암묵지 AI' 사업에는 480억 원이 배정됐는데, 한국노총은 이를 "명장의 경험과 직관, 판단을 데이터로 바꿔 AI가 대체하려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국내에서도 2026년 실증을 거쳐 2028년 전후 본격 투입이 예정되어 있다.

2. 대체는 조용하게 온다

현장을 사례별로 살펴보면 대체는 대규모 해고 발표로 오지 않는다. 일의 일부부터, 신규 채용부터, 신설 사업장부터 바뀐다. 최근 4년 동안 사라진 청년 일자리 28.5만 개 가운데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었다. 지금 일하는 사람을 내보내지 않아도, 늘어날 일을 로봇이 맡으면 새로 들어갈 자리가 사라진다. 해고가 아니니 분쟁이 생기지 않고, 교섭 대상에도 잘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은 채 더 빠르게 진행된다.

콜센터가 대표적이다. 카드사 콜센터 인력은 2019년 말 12,436명에서 2024년 5월 10,090명으로 줄었고, KB국민은행 콜센터 상담 인력은 1,133명에서 869명이 됐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AI를 도입한 뒤에도 상담 인력이 소폭 늘었다. 감원은 기술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원청이 선택한 것이라는 뜻이다. 남은 상담사의 일은 더 어려워졌다. AI 상담을 도입한 사업장의 상담사 60.8%가 노동조건이 나빠졌다고 답했고, 하루 처리 민원은 17.9% 늘었다.

항만은 2035년 하역 완전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조선소의 용접 로봇은 노동자의 60% 이상이 하청인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로봇이 분류 작업을 줄이고 알고리즘이 남은 사람의 속도를 관리한다. AI는 일자리를 줄이기 전에 먼저 일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데 쓰이기도 한다.

업종은 달라도 구조는 같다. 물량과 정원을 정하는 주체(원청, 발주처)와 사람을 내보내는 주체(하청, 위탁업체)가 분리되어 있고, 노동자는 결정권 없는 상대와 교섭하게 된다. 대체는 교섭력이 약하고 결정권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일어난다.

3. 협상력은 지금이 가장 크다

노동자의 협상력은 다섯 가지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로봇이 사람보다 비싼가(대체 비용), 숙련을 노동자만 가지고 있는가(숙련의 독점), 대체되는 곳에 노조가 있는가(조직력), 무엇을 교섭할 수 있는가(제도), 그리고 이 협상력이 언제까지 유지되는가(시간)다. 문제는 다섯 요인이 모두 같은 방향,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비용 비교로는 이기기 어렵다.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 1대의 연간 유지비(연 1,400만 원 추정)와 노동자 3명의 교대 인건비(연 약 3억 원 추정)를 비교하며 고용 보장의 근거로 썼지만, 기업은 같은 숫자를 '로봇이 20배 싸다'는 도입 근거로 읽는다. 지금 노동자가 가진 몇 안 되는 수단은 숙련 데이터다. 기업은 숙련 노동자의 협조 없이 좋은 학습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 다만 이 수단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모델을 학습시키며 11시간 만에 합성 동작 데이터 78만 건을 만들었다. 사람이 직접 시연했다면 9개월이 걸렸을 분량이다. 합성 데이터도 출발점은 숙련공의 실제 시연이므로, 교섭의 초점은 처음 수집할 때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

조직력은 더 약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35.1%지만 30인 미만은 0.1%다. 대체가 먼저 일어나는 중소 협력업체와 하청은 사실상 조직되어 있지 않다. 제도도 반쯤만 열려 있다. 로봇 도입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행정해석이 있지만, 도입에 따른 배치전환과 근무형태 변경은 교섭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반년 동안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은 456곳이었지만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은 102곳에 그쳤다.

하나하나는 급격하지 않지만 네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겹쳐 작용한다. 그래서 '나중에 싸우자'는 선택은 더 약한 위치에서 싸우겠다는 선택이 된다. 시나리오로 나눠 보면, 가장 유력한 경로는 신설 사업장과 단순 공정부터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해고보다 신규 채용 감소가 먼저 나타나는 길이다. 배제할 수 없는 경로는 물류, 항만, 용접 같은 특정 업종에서 대체가 빨라지고 중국산 저가 휴머노이드가 중소 공장에 퍼지는 길이다. 판이 바뀌는 경로는 범용 휴머노이드가 인건비보다 크게 싸지고 합성 데이터만으로 숙련을 재현하는 길이다. 이때는 교섭이 아니라 기본소득과 공유부 기금 같은 소득 보장 제도가 대응의 중심이 된다.

4. 질문을 바꿔야 한다

로봇은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질문은 "로봇을 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들일 것인가, 그 이익은 누구에게 가는가"가 되어야 한다. 앞의 질문은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행정해석에 막히고, 여론에서는 기술 반대로 읽힌다. 뒤의 질문은 배치전환과 근무형태 변경이라는 교섭 가능한 영역에 닿고, 데이터 수집은 작업 방식과 감시 수준을 바꾸므로 근로조건으로 주장할 수 있다.

단체협약에 담아야 할 의제는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도입 계획과 대상 공정, 일정을 미리 알리고 협의하도록 하는 사전 정보 공유. 해고 대신 재배치와 재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근무시간이 줄어도 임금이 깎이지 않게 하는 고용과 임금의 보장. 센서 부착과 작업 촬영, 동작 기록의 범위와 동의, 용도, 재사용과 보상을 정하는 데이터 수집 조건. 절감한 비용의 일부를 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교육 기금으로 돌리는 성과의 공유. 그리고 '뽑지 않는 대체'를 막기 위한 신규 채용의 하한이다.

사례도 이미 있다. 현대차 노사는 2026년 8월 잠정합의에서 '로봇 거부권' 대신 신기술 진행 상황의 투명한 공유와 생산직 500명 신규 채용을 얻었다. 하청 콜센터 노조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원청 은행을 교섭 자리로 불러냈고, 원청과 하청, 노조가 함께하는 상생협의체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결정하는 자와 마주 앉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 경우다. 미국 동부 항만 노동자들은 파업 끝에 자동화 보호 조항을 6년 계약에 담았다. 협상력이 높을 때 얻은 성과를 장기 계약으로 묶어 둔 것이다.

데이터는 넘기기 전에만 협상할 수 있다. 수집 전에는 동의 범위와 용도, 보상, 재사용 조건을 정할 수 있지만, 학습이 시작되면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따지기 어렵고, 학습이 끝나면 남는 것은 일회성 보상뿐이다. 그래서 숙련 데이터 수집 협약에는 누가 모으는지, 무엇을 모으는지, 어디에 쓰는지, 누구에게 넘기는지, 어떻게 보상하는지, 누가 관리하는지, 언제 멈출 수 있는지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을 위해서는 교섭이 아니라 정부 지원의 조건이 필요하다. 피지컬 AI와 암묵지 예산을 받는 기업에 숙련 노동자와의 데이터 제공 협약을 지원 조건으로 붙이면, 법 개정 없이 부처의 사업 요건만 바꿔도 된다.

5. 정책의 시간표를 전환의 시간표에 맞추기

무인화까지는 약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공식 전망은 아니다). 이 기간을 두 국면으로 나눠 보면 요구도 달라진다. 로봇이 공정 일부를 맡아 필요한 사람 수가 줄어드는 1국면에는 생산성 이익이 생기는 지금 나눠야 한다. 줄어든 일을 해고가 아니라 시간으로 나누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그 수단이다. 공정 전체가 사람 없이 돌아가는 2국면에는 고용을 지키는 방식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돌봄과 지역 활동을 사회보험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노동의 관념 자체를 바꾸고, 로봇과 AI의 감독과 검수를 정식 직무로 만들어야 한다.

정책 단계로 옮기면 이렇다. 지금은 데이터 수집 단계이므로, 데이터를 제공한 숙련 노동자를 연구 성과의 기여자로 명시하고, 국가연구개발 기술료 보상 제도를 넓혀 데이터가 다시 쓰일 때마다 그 몫이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앞으로 5년의 실증과 확산 단계에는 데이터 검수와 갱신을 정식 직무로 만들고 사용료 연동 보상을 설계해야 한다. 5년에서 15년 사이의 대체 단계를 위해서는 공정별 대체 위험도를 측정해 공개하고, 노사정이 업종별 전환 시나리오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2035년 완전자동화를 앞둔 항만이 그 첫 시험 현장이 될 수 있다.

숙련 데이터 보상이 닿는 범위는 넓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해 둔다. 가장 먼저 밀려나는 사람은 협상할 숙련 데이터가 없는 단순 반복 노동자와 아직 들어오지 못한 청년이다. 이들에게는 교섭이 아니라 제도가 필요하다.

6. 이 전략의 한계

이 전략에도 분명한 위험이 있다. 교섭이 작동하는 곳은 노조가 강한 대기업이라 숙련이 쌓인 중소 하청 노동자는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노동자는 자기 데이터가 모델 안에서 얼마의 가치를 내는지 알 수 없어서, 가격 기준이 없으면 교섭은 형식에 그친다. 기업은 퇴직자 계약이나 해외 데이터, 시뮬레이션으로 교섭을 피할 수 있고, 이미 수집된 데이터에는 소급하기 어렵다. 조건 교섭도 여론에서는 기술 반대로 읽힐 수 있다. 그래서 청년 채용과 안전 같은 공공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노동위원회가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있다. 회원 사업장의 어느 공정에 어떤 로봇과 AI가 들어오고 있는지 지도로 만들고, 다섯 가지 의제와 데이터 수집 체크리스트를 표준 단협 문안으로 정리하고, 정부 암묵지 사업에 숙련 노동자가 어떤 조건으로 참여했는지 조사하는 일이다.

로봇이 오는 것은 막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조건으로 오는지, 그 이익이 누구에게 가는지를 정하는 과정에는 참여해야만 한다.


주요 출처: IFR World Robotics 2026, 한국은행 「청년 고용 위축, AI 때문인가」(2026.8), 고용노동부 「2024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및 시행지침(2026.9), 조선일보·경향신문·연합뉴스·헤럴드경제 등 2025~2026 보도. 수치는 강연 당시 기준이다.

노치혜 (2026). 노동자 로봇 대체, 대안은 무엇인가 | 기본소득당 노동위원회 강연 (2026.10.13). 노치혜 Chihye Noh | THINK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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