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에 남긴 글을 주제별로 모아 블로그 글로 다시 정리했다. 원문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고, 짧게 넘어갔던 맥락과 설명을 덧붙였다.
밤에 아이가 아파도 갈 병원이 없고, 응급 분만을 위해 30분을 달려야 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지키는 의료진이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하나가 사법 리스크다. 5월 초,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쟁점을 정리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 80%대에서 10%대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80%대에서 10%대로 곤두박질쳤다. 사건 이후 의료진이 형사 재판에 넘겨지는 과정을 지켜본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고위험 진료과를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수의료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 해소가 절실하다.
개정안의 골자: 중과실이 없으면 형사 기소를 제한한다
4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7년 5월 시행 예정이다. 고위험 필수의료(분만, 소아, 응급, 외상, 중증)에서 중과실이 없으면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조건은 책임보험 가입, 설명의무 이행, 손해 전액 배상이다.
양쪽에서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는 "중과실 기준이 모호해서 실효성이 없다"고 걱정하고, 특히 경기도의사회는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위헌이자 과도한 면책"이라고 우려한다. 하반기 시행령·시행규칙 협의체에서 이런 우려들이 해소되어야 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네 가지 과제
첫째는 무과실 보상제 확대다. 지금은 분만 사고에만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가 있다. 의료진의 과실이 없어도 환자에게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다. 이를 소아와 응급까지 넓혀야 한다.
둘째는 책임보험 공적화다. 개정법은 모든 의료기관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보험료를 진료과별로 차등하고, 고위험과는 국가가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분만 사고 한 건이 발생하면 보험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고액 배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셋째는 유감표현 법제화(Apology Law)다. 사고 직후 의사의 사과와 설명이 법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쓰이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다. 지금은 사과가 곧 과실 인정으로 받아들여질까 봐, 의사가 환자 앞에서 말을 아끼게 된다. 그 침묵이 환자의 분노를 키우고 소송으로 이어진다.
넷째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강화이고, 지금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K-MEDI)은 조정 개시율이 너무 낮아서, 환자 입장에서는 형사소송을 택하게 된다. "조정 신청, 의료진 거부, 형사 직행"이 패턴이 됐다. 한국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의료진 형사 기소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매일 의사 2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된다. 영국은 1년에 1명이다.
"조정에 응하면 기소 면책", 양쪽 모두 반발하는 이유
그래서 4월 개정안에는 "K-MEDI 조정에 응하면 기소를 면책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의료계는 "조정은 자율인데, 안 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그게 무슨 자율 조정이냐"고 반발한다. 환자단체는 "의사가 면책을 받으려고 형식적으로 조정에 응하기만 하면 끝나는 구조"라고 반발한다. 같은 조항을 두고 양쪽이 정반대의 이유로 걱정하는 셈이다. 시행규칙에서 이 부분이 잘 풀려야 한다.
서울 중심의 의료분쟁 조정 구조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이 하나 더 있다. K-MEDI의 수도권 중심성이다.
K-MEDI는 본부가 서울에 있고, 2019년 문을 연 부산지원 한 곳이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영남권 5개 시도 전체의 의료분쟁 조정과 중재를 맡고 있다. 호남, 충청, 강원, 제주 등 다른 권역에는 지부가 아예 없어서, 그 지역 환자도 의료진도 서울 본원까지 가야 한다.
영남권 한 곳에 5개 시도가 몰리는 과부하, 그리고 다른 권역은 사실상 지부가 없는 상태에서 지금 그대로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서울 중심 의료분쟁 조정" 구조가 굳어진다. 조정이 형사 기소를 막는 핵심 장치가 된 만큼, 조정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환자와 의료진은 그만큼 불리해진다.
복지부가 하반기에 시행령 협의체를 꾸린다고 한다. 지방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빠지면 서울 중심의 시행령이 그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 부산을 비롯한 지역 의료 관계자, 환자단체, 협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부산지원의 권한과 역량 강화, 그리고 권역별 K-MEDI 지부 확충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원문: 2026.05.03 스레드 · 2026.05.03 스레드 · 2026.05.03 스레드 · 2026.05.03 스레드
English Summary
Since the 2017 newborn deaths at Ewha Womans University Mokdong Hospital, the share of pediatric residency slots filled has fallen from over 80% to around 10%. The amended Medical Dispute Mediation Act, effective May 2027, limits criminal prosecution in high-risk essential care absent gross negligence, and grants immunity to doctors who join mediation. Remaining tasks include expanding no-fault compensation, publicly supporting liability insurance, an apology law, and strengthening the mediation agency, whose regional coverage is heavily concentrated in Seoul.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 상담과 악성 민원 (2026.06.12) (0) | 2026.10.26 |
|---|---|
| 50년 된 공익법인법 (2026.05.28) (0) | 2026.10.26 |
| 프론티어 모델과 엣지 모델 (2026.04.27) (0) | 2026.10.26 |
| AI와 인격, 그리고 암묵지의 소유권 (2026.04.24) (0) | 2026.10.26 |
| 데이터의 개념이 바뀐다 (2026.06.16) (0) | 2026.10.26 |